변호사가 목격한 기버들의 테이커 구분법
1. 테이커의 세상과 기버의 세상
타인에게 더 많은 것을 받아내려 착취하는 테이커(taker)들은, 반대 성향인 기버(giver)들이 모인 세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들은 [받는 것>주는 것] 일 때 이윤이 남는다는 기본적인 경제 공식을 충실하게 인간관계에도 반영하며, 이는 논리적으로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은 기버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서로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눈치 보며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저는 경북 경산 촌구석에서 시작해 서울대를 거쳐 변호사가 되면서 많은 집단들을 경험했고, 변호사가 되어 여러 조직과 모임에 초대받아 보면서 느낀 점들이 있습니다. 똑똑한 기버들은 기버들끼리 철저하게 뭉쳐 지낸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테이커가 기웃거리는 순간 바로 인지하고 멀리합니다. 이들은 서로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개받고 소개하며, ‘이 친구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소개할 때, 암묵적으로는 ‘적어도 받은 만큼은 돌려주는 사람’ 즉 최소한 매쳐(matcher)는 된다는 보장을 해줍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알고 보니 테이커라고 판명되면 소개해 준 사람의 신용도 깎여버리기에, 사람을 집단에 들이거나 소개해 주는 것도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엄청난 사업가 모임이나 자선가 모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30대 중반만 되어도 영민한 이들은 이 개념을 알고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의 책을 읽고 배워서 알 수도 있겠지만, 똑똑한 자들은 본능적으로 이 개념을 알거나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화 자본으로 체득하여 철저하게 비슷한 이들을 찾아 연대합니다.
2.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은 결국 기버
애덤 그랜트가 말했듯, 호구가 되어 착취당해 밑바닥으로 가는 사람도 기버지만,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여 최대한의 인적 자본을 확보해 최상위층으로 올라가는 것도 기버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50억, 100억 부자들(당연히 그 이상도 있겠지만 제가 제 나이대 변호사로서 상대하게 되는 당사자들은 이 정도 계층이 많습니다) 중에서는 테이커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임차인 하나 내보내려고 갖은 악질적인 수를 쓰는 건물주나, 모임에서 돈 한 번 안 내고 돈 자랑만 하다 더치페이를 하고 집에 가는 주식 부자들도 많습니다. 기버와 테이커 개념이 권선징악의 개념도 아니고, 테이커가 망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 위쪽으로 올라가 있는, 혹은 올라가고 있는 건강한 기버들이 존재하고, 이 기버들은 삶 자체가 풍요롭습니다. 그냥 줘버리고 신경 쓰지 않기에 심리적 에너지도 고갈되지 않으며, 그러다 누군가가 주면 고맙게 받고 답례하기를 반복하며 서로 좋은 기회를 계속해서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합니다. 지인의 성장이 저의 성장이 되고, 주변 사람이 더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됩니다. 그 질투와 비교에서 멀어지는 제대로 된 기버들은 심리적 에너지와 행복도부터가 다릅니다.
믿을 만한 이들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뇌과학적으로도 매우 건강한 전두엽을 갖게 하고, 경제적·사회적 안전망을 넘어 감정적인 외로움과 두려움, 즉 내면의 어둠으로부터 확실한 안전망이 되어줍니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다뤄보며 느낀 점은, 돈은 많이 벌었지만 사회적 유대나 믿을 만한 친지 관계가 부족한 분들(예컨대 일부 코인 부자들이나 투자자분들)은 자기 내면의 어둠을 제대로 다루기 힘들게 되고 형사 사건에 연루될 확률(피해자든 가해자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기버가 되는 것은, 그리고 좋은 기버들과 함께 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 성공을 넘어서, 삶 자체가 풍요로워지고 위험 요소로부터 멀어지는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3. 똑똑한 기버들은 사람 보는 눈을 기른다
똑똑한 기버들은 테이커들을 귀신같이 알아봅니다. 단순히 기버이기만 하면 착취당하기 너무 쉽습니다. 변호사로서 사람을 너무 잘 믿어 망가지는 분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애덤 그랜트는 말합니다. 테이커를 알아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눈을 기르는 기본 원칙들은 세계적인 석학인 그의 책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의 글에서 그의 원칙을 변호사로서의 제 경험을 섞어 하나씩 설명해 보려 합니다.
다만 애덤 그랜트의 말을 반복하고 변주하는 것에서 글이 끝나지 않기 위해, 변호사로서 제가 느낀 통찰을 하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기버인 척 접근하고 집단에 스며드는 테이커를 판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짜 기버가 되기 위해 스스로의 이기심을 끝없이 직시할 것”
제가 사회적·경제적으로 뛰어난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버인 척하게 되면, 사실 그 내면은 테이커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게 되면, 당연히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결국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도, 그리고 같이 있는 그들도 테이커로 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간은 본질적으로 극한의 상황에서는 테이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통에서 제 가족의 목숨이 달려있다면 타인에게 총을 쏠 수도 있는 것이 가장 밑바닥에 있는 우리의 본성이고, 이는 천박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에서 우리가 기버로서 풍요롭게 살아가려면,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마음’ 즉 스스로를 계속 되돌아보는 자세가 테이커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합니다.
4. 테이커를 구분하는 것은 결국 본능적인 위화감이다
기버-테이커의 구분뿐만 아니라, 어떤 구분 기준이든 결국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은 직관과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한눈에 사람을 알아본다’라는 표현은 건방진 표현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이 가장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의 커리어와 이력을 다 조사해 볼 수도 없고, 우리는 몇 번의 만남 속에서 사람을 직관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본능은 결국 ‘이 사람은 나와 닮았다’라는 친밀감과 ‘이 사람은 나와 다르다’라는 위화감입니다.
사실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이커의 이기적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테이커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자신과 닮아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제 스스로를 계속 객관화하고, 정말로 기버가 되려고 노력하며, 내면에 있는 이기적인 본능을 직시하고 내려놓으려 노력하고,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버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 타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기적인 자신의 본능을 계속해서 다뤄보고 해석하고 반성했던 사람들은 타인의 표정과 자세, 행동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다뤄보고 넘어선 사람만이, 그 아래 단계에 있던 사람들의 행동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이기심을 다뤄본 사람만이, 어떤 사람들의 과장된 행동과 과시적인 표식들, 표정, 그리고 발화 속에 숨겨진 이기심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래서 그 정도가 심한 자들을 멀리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5. 개인적인 이야기
제 최근 경험을 공유해 봅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 대출 브로커와 관련해서 수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사건에 연루되었고, 병원 자문을 전문 영역으로 하는 제게 불안감에 휩싸인 원장님들은 새벽 1시에도 문의 전화를 주시곤 했습니다.
수임료 지불 능력이 강한 의사 선생님들이 공포에 질려 상담을 요청해 오면, 사실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수임 욕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 1시에 잠을 깼으니 더 비싼 수임료를 불러도 되는 상황이었고 그런 마음도 분명히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원칙, 즉 ‘퍼주지는 못해도 불안감으로 후려치지는 말자’는 원칙을 지키기로 다시 마음먹었고, 들여야 할 것 같은 시간과 품을 계산해서 적절한 수임료만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경찰 조사가 시작된 것도 아니기에 상담만 해드리고 지금 당장 수임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저 역시 이기적인 존재이지만 기버로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제 이기심을 최대한 직시하고 해석하다 보니, 당장 버는 돈은 약간 줄어든 것 같지만 반대로 사람을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제가 소비자가 되어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과 대화해 보면, 비록 그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어 상담 내용의 진위는 파악하기 힘들지라도, 상대방의 눈빛과 행동에서 제가 가지고 있었고 통제하려 했던 욕심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거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금 당장의 잠시간의 욕심과 수입을 포기하고, 계속해서 기버 내지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쌓인 통찰과 안목이 제 주변을 좋은 기버들로 가득 채울 것이며, 건강하게 최상위층의 기버가 될 것이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다짐을 함께 해보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
칼럼니스트 소개: 변호사 서정권 | 병원/스타트업 전문 변호사
홈페이지:seojungkwon.com
블로그: blog.naver.com/jk_lawyer
성공하는 사람들, 기버는 인간관계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나요?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 착취하려는 사람들, 즉 테이커(Taker)를 단호하게 멀리합니다. 대신, 최소한 받은 만큼은 돌려줄 줄 아는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 기버를 찾아 철저하게 연대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좋은 기회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견고한 네트워크, 즉 ‘그들만의 성’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